본문 바로가기

일상

이해

화가 난 상태에서 작성한 글임을 미리 공지하며..


나의 인간관계는 무척이나 좁으므로 누가 그랬다고 떡하니 말할수는 없지만


최근 몇군데서 동시다발적으로 둘째는 왜 안 낳냐는 얘기를 들었는데


평소같으면 그냥 허허 웃고 말거나 그런 말 들었음을 기억도 못할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텐데


이번에는 기분이 나쁜 정도가 평소보다 심했기에 소심하게나마 여기서 해소를 좀 해야겠다.



사례 1


둘째는 안 낳으실거예요? 하는 질문에 난 평소 하듯이 아.. 네.. 뭐.. 별로 생각이 없어요 라고 대답한다.


왜요? 까지는 그동안 수없이 많이 거쳤던 단계니까 그냥 허허 웃고 마는데


왜 그러는지 얘기를 해봤자 그들은 애가 하나면 안좋다고 결론 내리고 말하는 거니까 난 딱히 이유를 얘기하지도 않는다.


(이게 잘못인가?)


어쨌든.. 그떄 여러사람이 함께 있었으므로 대화가 몇번 이쪽저쪽으로 튀다가


요즘은 형제가 많은게 경쟁력이예요 하는데


내가 만약 거기서 왜 그런건데요? 하고 얘기했으면 왜 그런지 얘기해줄수 있었을까?


별로 분위기 망치고 싶지 않으니까 그렇게 생각만 하고 말았지만


외동이라 경쟁력이 없다는 논리는 대체 어디서부터 나오는건지?


(그리고 사실 난 경쟁력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놈의 경쟁때문에 사회가 이모냥이야!!)



사례 2


사례 1의 앞부분에 나온 대화의 코스를 똑같이 거쳐서(둘째는 안낳을거냐? 별로 생각이 없다 왜? 까지는 늘 똑같다.)


이번에는 부모가 병이 들었는데 그 고통을 함께 나눌 형제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누군가의 얘기를 들려준다.


실제로 주변에 외동아들인 지인에게 물어봤을때 외동이어서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부모에 대한 것이었다.


그냥 외동이어서 장점, 단점이 있고 다둥이어서 장점, 단점이 있는데 이런건 외동이어서 단점 중 하나니까 


평소에는 크게 마음에 담아두진 않는다. 다만 이때는 이미 사례 1로 기분이 상하기 시작한 상태였고


나 들으라고 계속 내 주의를 환기시키는게 좀 거슬렸다고나 할까.


(참..비슷한 예로 부모 장례식때 혼자 서 있는게 안되어보인다는 얘기도 많이 듣는다. ) 



사례 3


평소에 전화통화도 잘 안하는 사람에게서 오랫만에 전화가 왔는데


또 똑같은 얘기한다. 둘째는 안낳냐, 왜 안 낳냐.. 이쯤되니 다들 내가 둘째 낳는지 안낳는지 내기라도 하는건가 하는 생각이..


더 쓰기도 손가락이 아프지만 또 수없이 반복했던 대답을 들려주었더니 윤마(내 동생)는 둘 낳았잖아? 이런다.


참 나.. 동생이 둘 낳으면 나도 둘 낳아야 되나? 




사실 이런 얘기는 상황에 따라서는 무척 무례하게 느껴진다.


그들은 그냥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의례히 하는 얘기였다고 해도


만약 내가 여러 자녀를 낳은 사람에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신가봐요, 왜 애를 그렇게 많이 낳았어요? 하거나


첫째와 둘째는 왜 그렇게 다르게 대하세요? 첫째가 불쌍하네요 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뭣보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도 잘 모르는 이들이 왜 내 인생의 중차대한 일을 그렇게 쉽게 얘기하는지.


내가 애를 하나 더 낳을지 말지 고민하는 지점은 내가 과연 둘을 감당할수 있을까에 있다.


아기가 새벽에 일어나 빠빠 달라고 울때 잠귀밝으신 다니엘까지 깨기 시작하면 내가 그걸 얼마나 참을수 있나,


둘이서 동시에 보채기 시작하면 내가 감정적이 되지 않을 수 있나, (애가 하나인데도 그러고 있다고..)


둘이 돌아가면서 아플때 내가 얼마나 침착함을 유지할수 있나,


둘이서 같은 장난감으로 싸우면 동생한테 무조건 양보하라고 소리지르지 않을 자신이 있나,


남편이 육아에 도움을 거의 안줘도 잘 감당할수 있나.. 뭐 이런것들.


물론 거의 어렸을때 생기는 문제들로 저런 상황이 평생 지속되지 않는다는건 안다.


하지만 엄마에게는 서운한 마음을, 동생에게는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자라지 않게 할 자신이 있는가를


생각하면 지금은 정말 솔직하게 자신이 없다.육아의 주체자인 내가 자신이 없다는데 왜 감놔라 대추놔라냔 말야.


정말 웃긴건 내가 다니엘 키우면서 숱하게 울고 불고 할때 옆에서 도와주고 얘기 들어주고 같이 속상해 했던 이들은


가족계획 잔소리를 안하는데(실제로 엄마나 동생은 예쁜 여자아이 옷 보며 예쁘다고 할때 딸낳아라~ 그정도..)


무례하네 하고 생각할 정도의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내가 무엇때문에 육아를 힘들어 하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흥분하며 써놓고 보니 별로 흥분안해도 되는 일인데 싶지만.. 어쨌든..


나에게 무례하게 굴지 않았으면 좋겠다. 


외동아이 키우고 있는 사람한테 외동아이의 단점에 대해서만 얘기하는건 무례한 일이라고.. 


외동의 장점, 단점, 다둥이의 장점, 단점을 다 인정할수는 없는 것인가?



한숨만 나올 뿐이다. 내가 40대 중반이 넘거나 둘째가 생기기 전까지는 계속 이런 얘기와 싸워야 한다니..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즘 난..  (2) 2012.10.17
9월 책읽기  (6) 2012.10.04
8월 책읽기  (0) 2012.09.05
응답하라 1997  (2) 2012.08.31
휴가를 보내고..  (2) 2012.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