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실한 학부모 모드로 작년보다 약 30분가량 일찍 일어나 밥을 해서 아침을 먹이고 준비시키면서 나도 준비하고
골목길에서 만나 함께 등교하는 친구들에게 출발한다고 톡 보낸후에 집에서 출발,
학교에 도착해서 교실 찾아 들어가는 짠한 뒷모습을 그야말로 하염없이 바라보는데 애가 교실에 가서 가방 내려놓고
앉아서 친구들하고 장난치고 있을만한(그렇게 하고 있기만 하다면 다행이겠지) 시간이 되도록 바라보다가
발걸음 돌려 집에 와서 못해치운 집안일(예를 들면 빨래) 해놓고 내 밥 차려먹고 나면 곧 애가 올 시간이 된다.
또 부랴부랴 가서 아이 데리고 집에 오며 오늘은 어땠냐, 무슨 일 없었냐, 밥은 잘 먹었느냐 질문 세례 퍼부으면
애는 귀찮아하면서 우유 먹었다고 얘기하고(일주일째 우유먹은 얘기만..)
집에 와서 간식 좀 먹이고 학교에서 전달사항 없나 체크하고 내일 준비물과 과제 준비해서 가방에 넣어주고
때에 따라서 레슨갈때 데리고 가기도 하고 운동 보낸 후에 레슨 가기도 하고 뭐 이래저래 오후 시간이 간다.
그리고 운동 끝나는 시간에 레슨도 마치게 되는데 그 후에 집에 데리고 와서 저녁밥을 해서 먹고 씻고
집정리 좀 하고 다이아몬드 게임 세판 정도 해주고나면 잘 시간...
이렇게 하루를 보내면 그야말로 책 한자 읽을 시간이 없고 아이보다 더 일찍 잠든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한주 보내고 났는데 오늘은........
레슨 갔다가 울화통 터져 죽을뻔 했지요,
갑자기 추워져서 컨디션 팍 떨어졌지요,
배고픈데 점심도, 저녁도 제대로 못먹었지요,
무엇보다
이눔의 아이폰이 충전이 갑자기 안되지요.....
진짜 부글부글하면서 검색해봤는데 배터리를 교체해야 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
빡친다 빡쳐.
아까는 집에 오는데 내 안에 필요한 것들을 생각해봤다.
인내, 기다림, 약간의 무심함, 해야 할 말은 하는 똑부러짐, 혼나야 될 애들은 꾸짖을수 있는 위엄,
듣는 사람의 수준에 맞게 잘 설명할수 있는 능력, 가벼운 지갑을 보고도 절망하지 않는 강함,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 체력, 사랑...
지금 이 모든게 다 부족하다고 느꼈다. 아까의 그 시궁창같은 기분이 추워진 날씨때문인지,
피곤한 몸 때문인지, 놓여지지 않는 걱정 때문인지, 억지로 하는 일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
그 모든게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 거기다 아이폰이 화룡점정....
내일은 아이 등교시키고 아이폰을 고치러 가는 길에 꼭 카페에 가서 내가 안내린 커피를 마시겠다.
지금은 있어보이는 책을 읽고 싶은 기분이 안드니까 추리소설을 한권 들고 나가서
살인과 배신, 어두운 과거, 비밀이 파헤쳐지는 이야기를 읽어야지.
아이폰 수리.. 아오.. 내 돈!!! 에이씽..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