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재워놓고 나오면서 크게 한숨 한번.
오늘 아침에 받은 전화 한 통으로 정신없는 하루가 시작되었다.
교회 집사님이었는데 어제 다니엘이 같이 놀았던 아이가 오늘 병원갔더니 볼거리라고..
전염성이 높은 병이고 잠복기도 있으니 열이 나고 목이 붓는지 유심히 보라고 하시면서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하곤 전화를 끊으셨다.
전화끊고 나니 어제 외할머니 집에서 사촌형과 동생이랑도 놀았는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머리가 복잡복잡.
집에 앉아 애를 쳐다보며 걱정만 할수는 없어서 일단 병원에도 가봤는데
어제 접촉했다면 아파도 담주나 되어야 아플거고
예방접종 했으니 별일 없이 지나갈 수도 있고, 아파도 2~3일 약 먹으면 금방 낫는다고
걱정말고 평소와 똑같이 생활하라고..
제발 별 일 없이 넘어갔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집에 왔는데 저녁에는 엄마랑 동생이 또 마트를 가자네..
비가 오기도 하고 저녁밥을 준비하고 있던 중이기도 해서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집을 나섰는데
거기서 또 사고가 났으니... ㅠㅠ
카트 앞쪽에서 일어나 있던 다니엘이가 거꾸로 바닥으로 떨어진 거다.
나랑 동생 너무 놀라 소리 막 지르고,
아프기도 했겠지만 내가 너무 놀래니까 덩달아 놀랜 다니엘이는 '안아파요'하면서 앙앙 울었는데
이마가 부풀어 오르는거 같아서 손바닥으로 꽉 눌렀더니 아프다고 난리난리.
왜 앉으라고 잔소리 안했을까
왜 애를 못잡았을까 별별 자책 다하면서
머리를 부딪힌거라 토하지는 않나 정신이 왔다갔다 하지는 않나 무지하게 신경이 쓰이고..
몇년전 대리석 바닥에 머리 세게 박은 효싱이도 멀쩡하잖아,
교회의자에 이마 찢어지게 부딪힌 이삭이도 멀쩡하잖아,
식탁 모서리에 이마 찧고 유리컵 들고 넘어진 동하도 멀쩡하잖아 해가면서
스스로 위로를 하며 저녁시간을 보냈다. (쓰고보니 다 남자아이들.. ㅠㅠ)
어쨌든 별 일 없이 하룻밤 지나고 내일 이 시간엔 안도의 한숨을 내쉴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볼거리에 대한 압박이.. ㅠㅠ
열나고 목 붓는지 유심히 봐야 하는 것 만으로도 스트레스인데
토하지 않나 유심히 봐야 하는 스트레스는 또 뭐야.. 아이 참..
다니엘 재우면서 기도하다보니 든 생각.
다니엘이 처음 태어났을 때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하늘에 계신 분의 도움과 은혜없이는 가능하지 않구나하고 생각했었는데
아주 희미하게 지워져버린 그 생각이 오늘 또 다시 강하게 내 마음속에 들어왔다.
엄마가 늘 옆에서 잘 지킨다고 해도 크고 작은 사고가 계속 생기고
내 힘으로 막을 수 없는 그 모든 사건사고를 무사히 지나가게 하는 것은 분명 '하나님이 보우하사'인 것이다.
자녀를 위한 기도를 꾸준히 해야겠다..
그런데 아까 너무 소리질러서 목이 아프다.
너무 긴장해서 몸도 뻐근하고 피곤하고. 이제 그만 자야겠다..